여러 암의 원인들이 어떻게 암을 발생시키는가에 대해서는 화학적 발암물질의 경우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발암원은 매우 다양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인체에 반응성(영향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암유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은 인간의 몸에 들어와 직접 작용하는 ‘직접 발암원’뿐만 아니라 대사가 되어 활성화됨으로써 발암의 기능을 나타내는 ‘간접 발암원’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해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발암원은 간접 발암원이며, 일부만이 직접 발암원입니다.
직접 발암원은 인체의 정상세포에 존재하는 DNA나 RNA 그리고 단백질에 공유결합을 형성하여 이들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킴으로써 암을 유발합니다. 간접 발암원은 그 자체로는 반응성(영향력)이 약하지만 체내에 흡수된 후 간세포에 존재하는 특수한 P450효소계에 의해서 대사됨으로써 활성화되어 강한 반응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러한 발암원이 암을 유발하는 과정에는 발암원이 아닌 다른 물질이 관여하여 암유도를 촉진하게 됩니다.
이는 발암기전이 한 단계 과정이 아니고 여러 단계로 일어남을 의미합니다.
[다단계 발암기전(Multi-step Carcinogenesis)]
- 제 1 단계 (암유발 개시단계)
발암원이 DNA를 공격하여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비가역 반응(거꾸로 돌이킬 수 없는 반응)입니다. - 제 2 단계 (암유발 촉진단계)
암유발 개시단계 만으로는 암이 발생하지 않으며 암발생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물질로 1967년 헤커(Hecker) 등에 의해 규명된 TPA(12-0-tetradecanoylphorbol-13 acetate)를 들 수 있습니다. 이때 TPA는 발암원이 아니며, 발암원의 작용을 촉진하는 ‘종양촉진제’로 작용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양성 종양을 유발하게 되며, 초기에는 가역적 반응(돌이킬 수 있는)입니다. - 제 3 단계 (암진행단계)
양성 종양에서 악성 종양으로 전환하여 악성 종양의 특성이 증대되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암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점차 증가하며, 염색체의 이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동물실험의 경우에는 발암기전의 각 단계를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지만, 실제 사람의 발암과정에는 이러한 단계들에 관여하는 요인들이 동시에 오랫동안 지속되므로 각 단계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암의 발암기전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1) 정상 세포의 변화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암세포로 변하게 되고 따라서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흔히 실제 암발생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발암성 식품 및 화학물질, 발암성 병원체 등에 정상세포가 노출되면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게 됩니다. 또한 암발생에 있어 10~20% 정도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유전적 영향을 받습니다.
세포핵의 구성요소 중에는 DNA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DNA의 구조가 변화하여 암세포가 생성됩니다. 이렇게 변형된 세포는 분열하여도 계속 변형된 DNA를 갖게 되며, 결국 이것들이 계속 분열증식하여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대개 20~30년에 걸쳐 여러 종류의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어 암이 발생합니다.
2) 면역계의 이상
인체의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신체 내에서 생성되는 종양세포 1,000만개까지는 파괴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러나 보통 임상적으로 암이 발견될 정도로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이 커지는 경우는 최소한 10억 개의 종양 세포를 포함하게 되므로 면역기능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암세포가 제거되지 못하고 암이 발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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